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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예 이야기

조선의전차

(조선의전차) 신경준 화차










신경준 화차

화차(火車)는 수레에 각종 화약무기를 탑재한 무기다. 조선시대에는 지난 9회에 소개한 것처럼 문종 화차를 비롯해 여러 종류의 화차가 존재했다. 조선 후기의 화차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신경준(申景濬·1712~1781)이 개발한 화차다.

신경준은 영조 시대에 활약한 문신이자 저명한 실학자다.

그는 ‘산수경’(山水經) ‘도로고’(道路考) ‘산경표’(山經表) 같은 지리학 서적을 집필했고 ‘팔도지도’(八道地圖) ‘동국여지도’(東國輿地圖) 등 국가 차원의 지도 제작사업에도 참여했다. 그뿐만 아니라 ‘훈민정음운해’(訓民正音韻解)를 저술, 국어학 연구의 기틀을 다지는 등 다방면에서 활약한 인물이다.

신경준은 무기 제작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그가 연구·개발한 무기 중 대표적인 것이 화차다. 학계에서 처음으로 신경준 화차의 존재를 주목한 인물은 강성문 육군사관학교 사학과 교수다. 강교수는 신경준이 만든 화차를 다른 화차와 구별해 ‘신경준 화차’라고 부른다.

조선시대의 다른 화차들은 각종 소형 총통이나 신기전·조총을 20~40문식 탑재하고 있지만 신경준 화차는 대형 불랑기(佛狼機) 화포 1문을 탑재하고 있다. 강교수는 이 때문에 신경준 화차의 특징을 ‘수십 정의 개인 소화기 중심에서 1문의 대형 공용화기 중심으로 탑재 무기가 바뀐 점’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전투 중 사람이 안전하게 탄약을 공급할 수 있도록 수레 내부에 철판 장갑으로 보호된 별도의 공간인 판옥(板屋)을 설치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박종경의 화차를 비롯한 일부 화차들도 방패판으로 방호력을 향상시킨 경우가 있지만 철판을 덧댄 장갑판을 설치한 것은 신경준 화차가 유일하다. 탑재된 불랑기는 복토(伏兎)라 불리는 특수한 부속을 이용, 전방위로 회전하면서 사격이 가능하도록 돼 있는 것도 특징이다.

결론적으로 신경준 화차는 철판 장갑으로 보호된 수레 위에 대형 포(砲) 1문을 탑재하고 있는 무기라고 요약할 수 있다. 자체 동력이 없다는 것이 다를 뿐 현대의 전차와 유사한 발상의 무기인 것이다.

이렇게 대형 포를 탑재했을 경우 근접전에 약할 수밖에 없다. 화차 바로 옆에 적 보병이 붙으면 탑재 화포로는 사격할 수 없는 사각(死角)이 발생,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현대의 전차도 바로 옆까지 보병이 접근하면 주포(主砲)로는 공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기관총을 탑재, 근접전 능력을 보강한다. 신경준 화차도 근접전 상황에서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응책이 마련돼 있다. 신경준 화차는 화차가 움직이면 화차 장갑 밖으로 칼이 자동으로 펼쳐지게 돼 있다. 적이 화차 근처로 쉽게 접근할 수 없도록 만든 것이다.

신경준 화차는 아쉽게도 실물이 남아 있지 않으며 복원품이 제작된 사례도 없다. 하지만 신경준의 개인문집인 ‘여암전서’(旅菴全書)에 상세한 개념도가 남아 있어 그 모습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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